*사진 속의 손은 한뼘 20cm로 일반적인 성인 남자 손에서 살짝 큰 정도니 참고. 본인 외에도 운동하는 친구나 손 작은 여성에게 주어본 결과도 비슷했음.

 조작성:

사실 제닉스를 처음 켰을 때는 100% 만족이 아니었습니다. 가늘고 매끈한 몸 + 딱딱하고 깊은 스위치 덕분에, 한손으로 자유자재로 다루기는 힘들었거든요. 양손으로 다룰 때는 펜처럼 쥐든, 입에 물든, 발가락으로 쥐고 물구나무를 서든 상관없는데... 대신 클립과 손목끈을 활용해서 그립을 보완하고,

사진처럼 안으로 당겨쥐면서 새끼 손가락에 베젤을 살짝 걸면 편하게 눌러지더군요.

PCB 회로 문제로 A/S를 보냈을 때, 이런 문제를 털어놓자 스위치 커버를 부드러운 실리콘 버젼(샘플)로 교체하여 보내주셨는데...

스위치 압력이 마음에 쏙 듭니다. 이제 포워드-클릭키 스위치를 장갑 끼고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네요. 가볍게 누를 때만 민감하게 켜지는 이 맛에 빠지면 허접한 클릭키(딸깍) 스위치로는 돌아갈 수 없는데... 하악하악.

이제는 이런 동작도 어렵잖게...

스위치가 안으로 들어가 있어서 실수로 눌리지 않고, 바닥에 거꾸로 세우기(일명 촛불 모드) 가능.

빛:

 [광량 x 런타임 / 배터리 용량]은 우수합니다. 이건 빔샷이나 전문가분들의 리뷰나 기계가 잰 객관적인 스펙이 잘 보여주고 있으니, 개인적인 느낌과 체험만 쓰자면...

80루멘이 아주 예쁘게 퍼져서 주로 실내나 10여m이내를 식별하려는 도시 생활형 수요에 대단히 적합합니다. 사실 매니아적 취향의 광선검-수백 루멘의 빛이 극도로 집중된-은 가까이를 살필 때는 시야 좁고 눈이 아프죠.  

기본 마츠시마 배터리부터 오래 묵은 국산 Bexel, 그냥 에너자이저, 스펙상 가장 오래가는 E2 등을 넣고 시험해본 결과 모두 잘 소화하며 광량이 후달리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1.2V 나오는 폐물 충전지도 간신히 켜지긴 하더군요. 발열이나 광량 저하는 아직 체감해본 적이 없어서 패스.

 잔혹한 인체 실험 : 50루멘이 넘어가는 광원은 tactical한 의미가 있다 하고, 소형 강력 라이트를 제압/호신용품으로 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 눈 약 50cm 거리에서 Jenyx를 켰습니다. 안 보여요. 눈을 감아도 떠오르는 그대(반사경) 모습. 그러나 심한 고통을 느끼거나 행동 불능, 장시간 심봉사 체험에 빠지지는 않더군요. 물론 대낮에 각오를 하고 비춘 불리한 실험 조건입니다만, 역시 플러드한 80루멘으로 '끄악 김기절'은 어렵구나 싶었는데...

 며칠 뒤, 카페에서 수다를 떨다 자랑삼아 광량을 보여주려고 빈 커피잔(예쁜 빛이 찰랑거릴거라 기대하며) 안을 비추는 순간 - 주변이 빛폭탄을 맞고 제압당했습니다. 새하얀 머그컵이 이렇게 훌륭한 리플렉터였을줄이야... 다행히 개념 없는 인간이 카메라 플래쉬라도 터뜨린 모양이라 여겼는지(그리고 스위치를 살짝만 누른 덕분으로) 옆자리에 멱살 잡히는 일은 면했습니다만, 작은 고추 매운 맛을 봤습니다. 즉, 이거 잘만 쓰면 호신용으로 의미 있어요. 최대한 당겨쥔 앞사진과 반대로, 최대한 튀어나오게 쥐면, 쿠보탄으로는 많이 아쉬운 크기지만 맨주먹보다는 낫습니다.

*'쿠보탄'이란: http://www.youtube.com/results?search_query=kubotan

본격 자웅을 겨뤄보자:

 찾아보면 가격/체급/광량 등 스펙상 제닉스와 같이 놓고 고민할만한 해외 제품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1) 배터리 - 업계 사람이나 매니아가 아니고서야 비싼 CR123을 쌓아놓거나 충전지-충건지 세트를 갖춰놓는 경우는 잘 없죠. (요즘에야 편의점 구석에 몇개 걸려있지만...) 하지만 CR123배터리는 AA와 비교해 트럭 vs 경차 수준의 힘을 자랑하기 때문에, 고성능을 내려면 써야합니다. 그런데 아! AA 1개로 80루멘 X 4시간 뿜는 물건이 요기잉네?
사실 여분의 CR123들을 방수 케이스에 Every Day Carry한다는 분들을 보면 같은 후레시 덕후로서 '아 간지 쩐다'는 기분은 드는데 따라할 수 있는 사람은 잘 없지요. 반면 어디서나 팔고, 급하면 TV리모콘에서라도 뽑아쓸 수 있는 AA는 여분을 안 들고 다녀도 없는게 아닌 셈.

2) A/S - 이 회사 A/S 정신은 무섭습니다. 착불로 보냈는데, 어디를 어떻게 고쳐줄까 상담 전화 오고, 그런데 받을 때는 착불이 아니고(!). 제 경우는 좀 특이했지만 불만 사항을 개조시켜서(!!) 돌아오기까지 했지요. 미국이나 중국 회사 혹은 그걸 수입해다 인터넷으로 파는 업체가 과연 어느 정도까지 해주는지에 대해선

 제조사가 국내에 있고 말 잘 통하는 직원이 있다는게 얼마나 큰 메리트인지...

3) 인터페이스 - 제닉스는 누르면 끝입니다. 꾹 누르면 고정(영구 점등)이라는데 아무 설명이 필요없죠. 수 루멘에서 수백 루멘, 스트로보에 이르는 복잡 다단한 동작 모드를 구현한 제품들이 있는데 솔직히 2~3단보다 복잡해지면 모드 찾다 빡칩니다. 제닉스에도 5~10루멘 저광량 모드가 있으면 좋겠지만 내구성↓ + 가격↑을 생각하면 지금도 OK에요.

4) 방수 - 요새는 아닌게 어딨나 싶은데 가끔 보면 얘기가 없는 제품들 있습니다.

5) 디자인 - 검정/금속톤에 전투적인 외모의 택티컬 라이트를 여성에게 선물할 생각을 해본 당신은 십중팔구 솔로요... 반면 제닉스는 매끈한 디자인에 선명하고 밝은 톤의 제품들이 있어서, 드러나게 휴대해도 흉악人 취급을 당하지 않죠. 단순한 사용법, 저렴한 유지비와 함께 선물용으로 고려해 볼 포인트.

 이런 요소들을 생각해보면 '키링은 시시하고 본격 후레쉬는 부담스럽다'는 입문자는 물론이고, 가방에 광선검 한짝을 지고 다니는 매니아라도 실용적인 EDC용품으로서 지를만한 가치가 있는거죠.

다음 버젼에서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들:

1)클립이 주머니에 넣기는 좋은데, 모자 챙이나 소매 같은데 끼워 쓰기는 불편한 방향인 점. 베젤이 스위치처럼 몸통에서 풀리면 그 사이에 끼우면 될텐데, 일체형인지 안 되네요. 몸통에 물리는 클립이나 (http://itempage.auction.co.kr/detailview.aspx?itemNo=a518606158) 양방향 클립을 (http://surefirekorea.com/shop/shopdetail.html?brandcode=005000000034&search=LX2&sort=) 옵션 악세서리로라도 팔아주면 좋겠는데...

2)스위치 커버를 기존 딱딱한 고무에서 부드러운 실리콘으로 교체하는데 찬성자 한명 추가요.

3)제닉스의 단순명쾌함을 해치지 않으면서 5~10루멘 저광량 모드를 추가할 수 없을까요?